# 거북이 한마리
사람이 사람을 믿어야 하는 일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겠지만
그 일로 몇 번의 죽을 것 같은 고비를 겪은 적이 있는 사람한테는
사람 믿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.
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마음 아프게도
사람 때문에 마음 아픈일이 많아 아주 먼 나라에 가서 살게 된 사람이 있다.
정말 그렇게까진 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인데 사람을 등지는 일이,
나라를 등지는 일이 돼버린 사람.
쓸쓸한 그 사람은 먼 타국에 혼자 살면서 거북이 한 마리를 기른다.
매일매일 거북이한테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다.
말을 붙인다.
그럴 일도 아닌데 꾸짖기까지 한다.
불 꺼진 집에 들어와 불 켜는 것도 잊은 채 거북이를 찾는다.
외로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
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란 확신으로 거북이에게 기댄다.
근데 왜 하필 거북이었을까?
[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.
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]
도망가지 못하며,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
내가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.
이 두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.
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이야기.
---이병률 산문집 '끌림'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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